3월 13일 일요일



아침 9시에 알람소리에 깨어났다.

전날 공연 후,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웃고 떠들다, 잭과 함께 잭의 집으로 가서 clash의 앨범을 들으며, 맥주에 취해, 잠이 들었던 것을 아침에서야 기억 해냈다.
남루한 옷과 망신창이가 된 악기들을 챙기고, 온갖 죄악으로 가득 찬 몸뚱이를 질질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 깨끗히 씻어버리고, 옷을 벗어 버리고서야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거실에서 아빠가 보고있는 TV속에 '전국노래자랑'의 송해형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일요일인 것을 깨닫는다.

봄날씨의 일요일.






전철안은 살짝 더웠다. 미리 전시에 가 있던 잭과 레코드누나는 뒤늦게 도착한 나에게, 리스닝 가이드를 주었다.
레코드누나는 가게 일 때문에 먼저 홍대로 가야했고, 뒤늦게 도착한 다혜와 전시관을 다시한번 돌아보았다.





<누워있는 시인>

샤갈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사실 남자주인공의 옆자리에는 여자가 누워 있었는데,
이는 샤갈과 자신의 연인 벨라를 그린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 후, 이사를 온 후에 몇번의 수정으로 그림을 고쳤다고 한다.

한적한 '전원생활을 더 강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고 해석되는 리스닝 가이드에
그것보다는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주장하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많은 샤갈의 작품들 사이에서 나는 강한 채도의 그림들 보다는 파스텔톤의 그림들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1층 한켠에는 무료 관람으로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의 작품들도 전시되어있었다. 사실 나는 이 작품들이 더 쇼크였다. 형이상적인 도형틀 안에 대놓고 보기 어려운 수학공식과, 자극적인 칼라는 뉴웨이브처럼 다가왔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래의 사이트로
☞ http://www.bernarvenet.com/

하지만 실제전시를 적극추천!






기념사진 몇방을 찍고 난 후, 식사를 위해 멀지않은 명동으로 향했다.





우리가 선택한것은 카레였다.
메뉴선택. 가만히 있으면 웃으며 마무리 짓고, 따듯한 봄날씨에 저 물어가는 태양을 보며 아름답다고만 느꼈을 일요일.
괜한 도전정신에 여기서부터 오늘의 오점을 남기고 만다.
빈 배를 채운다기 보다, 빈 접시를 보고 싶은 오기가 발동한 자존심 덕에, 안면마비와 흐르는 눈물, 순간적인 이명증에 고통을 호소했다.
부은입술로 우리 스스로가 대견해 박수를 치고, 얼싸안고, 만세를 불렀다.

있는 체력은 모두 소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속 베짱이마냥 덜덜 떨며 온몸을 감싸 안은채 뛰어 들어왔다.


자극적인 오늘 하루 역시 즐거운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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